오늘의 MLBCreated by H3LUV
TODAY'S COLUMN

타자는 이제 상대 투수를 경기 전에 복제한다

Trajekt가 바꾼 MLB 타격 훈련, 그런데 왜 리그 공격력은 그대로일까

H3LUV · support by GPT · 2026-08-31
Trajekt의 진짜 의미는 타자를 갑자기 더 강하게 만든 데 있지 않다. 현대 투수의 구위 개발 속도에 맞설 수 있는 반복 훈련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투수와 타자의 기술 군비경쟁 자체를 더 빠르게 만든 데 있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 타자가 오늘 상대할 투수의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실제와 비슷한 릴리스 위치·구속·회전·무브먼트로 미리 경험하는 시대가 됐다.

Trajekt Arc는 Hawk-Eye, Rapsodo, TrackMan 등의 데이터를 이용해 특정 투수의 공을 최대한 가깝게 재현한다. 화면에는 실제 투구 동작이 나오고 공이 나오는 높이와 좌우 위치까지 조절된다.

컵스가 2021년 처음 도입한 뒤 사용량은 2022년 이후 매년 두 배씩 늘었다. 현재 거의 모든 MLB 조직이 활용하고 있고 평균 구단은 홈구장, 스프링트레이닝, 마이너리그를 합쳐 약 세 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리그 공격력은 폭발하지 않았다. 2021년 MLB 슬래시라인은 .244/.317/.411이었고 2026년 8월 28일까지는 .244/.318/.400이다.

이 숫자만 보면 기계의 효과를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투수의 구속과 피치 디자인도 계속 발전했다. 2026년 포심 평균구속은 5월 기준 94.6마일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따라서 Trajekt는 공격력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라기보다 현대 투수의 발전 속도에 맞서 타격 수준의 하락을 막는 대응 인프라일 가능성이 있다. 진짜 비교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 'Trajekt가 없는 2026년'이다.

마이클 부시는 올해 좌완 상대 OPS가 약 100포인트 개선된 이유 가운데 Trajekt를 직접 언급했다. 실전과 비슷한 회전과 움직임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실패한 스윙을 바로 다시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장비의 더 큰 가치는 선수 개발에서 나타날 수 있다. 올해 Triple-A의 포심·싱커 평균구속은 93.3마일, MLB는 94.5마일이다. 커브의 수직 무브먼트도 메이저가 더 크다. 유망주는 승격 전부터 메이저급 구위를 미리 경험할 수 있다.

재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호세 라미레스는 유구골 수술 뒤 6주가 되기 전에 돌아오면서 별도의 마이너리그 재활 경기 없이 실전 수준의 구위를 확인하는 데 Trajekt를 활용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2차원 화면은 실제 투수의 손과 깊이감을 완전히 재현하지 못하고, 공은 사람의 손가락이 아니라 화면의 구멍에서 나온다. 약 1,500파운드 장비라 원정에도 가져갈 수 없다.

따라서 Trajekt는 실제 타석의 대체물이 아니라 실전 전에 만들 수 있는 가장 어려운 연습 환경에 가깝다.

거의 모든 팀이 장비를 보유하면 경쟁 우위는 기계 자체에서 사라진다. 차이는 어떤 데이터를 넣고 누구에게 어떤 구종을 얼마나 반복시키며 실패를 어떻게 다음 훈련으로 연결하느냐에서 발생한다.

투수는 컴퓨터로 자신의 공을 설계하고, 타자는 그 데이터를 기계에 넣어 다시 경험한다. 투수가 또 다른 공을 만들면 타자는 다시 복제한다. 현대 MLB의 기술 경쟁은 이런 식으로 순환한다.

Trajekt가 바꾸고 있는 것은 단순한 타격 성적보다 경험을 얻는 속도다. 예전에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배우려면 직접 그 타석에 서야 했지만, 이제 그 경험의 일부를 경기 전에 반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