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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COLUMN

나쁜 공을 잘 치는 타자는 나쁜 타자인가

지면 1.20피트 체인지업을 넘긴 PCA. 그러나 그의 MVP급 시즌을 만든 건 존 확장이 아니라 오히려 Chase%를 크게 낮춘 변화였다

H3LUV · support by GPT · 2026-09-04
피트 크로-암스트롱의 2026년은 ‘존 밖의 공도 칠 수 있으니 더 많이 휘둘러도 된다’는 사례가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스윙을 줄인 뒤에도 자신이 파괴할 수 있는 낮은 공만 선택적으로 남기면서, 재능과 선구안을 처음으로 같은 방향에 놓은 시즌이다.

9월 3일 리글리 필드. 밀워키의 로건 헨더슨이 3회말 1사에서 피트 크로-암스트롱에게 던진 2-1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지 않았다. 그것도 살짝 빠진 공이 아니었다. Statcast가 측정한 공의 높이는 지면에서 1.20피트였다.

보통 타자라면 참아야 할 공이다. 헨더슨의 84.1마일 체인지업은 존 아래로 떨어졌고, 타자의 무릎보다 훨씬 낮은 위치로 향했다. 그런데 크로-암스트롱은 그 공을 걷어 올렸다. 타구 속도 104.3마일, 발사각 27도, 비거리 412피트. 시즌 39호 홈런이었다. 컵스는 그 두 점으로 2-1 승리를 거뒀다.

더 놀라운 건 이 장면이 우연한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MLB에 따르면 크로-암스트롱은 2024년 이후 지면 1.20피트 이하의 공을 다섯 번 홈런으로 만들었다. 같은 기간 메이저리그 최다다.

이런 장면을 보면 유혹적인 결론이 하나 생긴다. ‘이 정도로 낮은 공도 넘길 수 있는 타자라면 스트라이크존을 남들보다 넓게 써도 되는 것 아닐까.’

하지만 2026년의 크로-암스트롱을 실제 데이터로 들여다보면 결론은 거의 반대다.

지난해 그의 Chase%, 즉 스트라이크존 밖 공에 스윙한 비율은 Statcast 기준 41.7%였다. 리그 평균과 비교하면 상당히 공격적이었다. 전체 Swing%도 60.1%, 초구 Swing%는 52.8%였다. 스트라이크라서 친 것이 아니라, 칠 수 있다고 느끼면 거의 다 쳤다.

그 대가는 시즌 후반에 분명하게 나타났다. FanGraphs 기준 2025년 전반기 wRC+는 131이었지만 후반기에는 72까지 떨어졌다. 투수들이 그의 공격성을 학습한 뒤 더 이상 스트라이크를 줄 이유가 없었다. 존 밖에서 시작하거나 존 아래로 사라지는 공을 계속 던지면 됐다.

그래서 2026년의 핵심 변화는 파워가 아니다. 참는 능력이다.

올해 그의 Chase%는 33.8%까지 내려왔다. 1년 만에 7.9%포인트가 줄었다. 전체 Swing%는 60.1%에서 49.2%, 초구 Swing%는 52.8%에서 38.4%로 떨어졌다. 스트라이크존 안쪽 공에 대한 Zone Swing%조차 81.3%에서 67.7%로 낮아졌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단순히 소극적인 타자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볼넷 비율은 4.5%에서 11.6%로 뛰었지만, 장타 생산력은 오히려 커졌다. 9월 3일 기준 MLB 공식 기록으로 39홈런을 쳤고, FanGraphs WAR는 9승대를 넘어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에 올라 있다.

그러니까 이 변화는 ‘존을 좁혔다’는 한 문장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더 정확히 말하면 크로-암스트롱은 자신의 스윙 허가 구역을 다시 설계했다.

예전에는 ‘내가 닿을 수 있는 공’과 ‘내가 쳐야 하는 공’의 경계가 흐렸다. 지금은 다르다. 많은 존 밖 공은 버리되, 자신의 스윙 궤도와 배럴이 가장 잘 만나는 낮은 공에는 여전히 폭력적으로 반응한다.

9월 3일 홈런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 공은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분명 나쁜 공이었다. 그러나 크로-암스트롱에게는 반드시 나쁜 타격 선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위치였다.

그의 스윙은 올해 물리적으로도 달라졌다. FanGraphs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타석에서 더 플레이트 쪽에 서고, 자세를 세우고, 두 발 사이 간격을 크게 좁혔다. 3~4월 평균 32.8인치였던 스탠스 폭은 6월 18.3인치까지 줄었다.

배트 스피드도 2025년 평균 72.7마일에서 올해 약 74.9마일로 올라왔다. 발사각은 20.0도에서 21.9도, Sweet-Spot%는 33.9%에서 38.4%로 상승했다. HardHit%도 41.6%에서 48.7%로 크게 좋아졌다.

반면 Barrel%는 13.1%에서 13.0%로 사실상 그대로다. 이 숫자는 꽤 중요하다. 올해의 폭발이 단순히 매 타구를 갑자기 훨씬 세게 때리기 시작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더 좋은 공을 고르고, 같은 힘을 더 유리한 궤도로 보내고, 공중 타구와 당겨 친 타구를 늘렸다. FanGraphs는 올해 그의 Pull Air%가 30%대 중반까지 올라온 점을 주목했다. 공격성의 총량은 줄었지만 공격의 질은 올라갔다.

여기서 ‘나쁜 공을 잘 치는 능력’을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 크로-암스트롱의 올해 Chase Contact%는 56.5%로 리그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존 밖의 모든 공을 특별하게 맞히는 타자는 아니다.

1.20피트 이하 공에서 다섯 개의 홈런을 쳤다는 기록 역시 대단하지만 표본은 다섯 번이다. 그것만으로 ‘PCA에게는 스트라이크존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순간 분석은 하이라이트 영상에 진다.

오히려 반대다. 그가 낮은 공을 홈런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이제 그런 스윙을 아무 때나 하지 않기 때문이다.

타격에서 선구안은 단순히 볼을 골라내는 능력이 아니다. 어떤 공을 칠 수 있는지와 어떤 공을 쳐야 하는지를 분리하는 능력에 가깝다. 최고의 타자는 규칙적인 사각형 하나를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스윙과 투수의 패턴에 따라 기대값이 높은 구역을 찾아낸다.

그런 의미에서 크로-암스트롱의 스트라이크존은 심판의 존보다 조금 다를 수 있다. 존 아래 특정 높이의 공은 다른 타자에게는 버려야 할 공이지만, 그의 배트 궤도에는 장타가 되는 공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개인화된 영역이 존 밖 전체로 번지지 않는 것이다.

2025년에는 그 경계가 무너졌다. 2026년에는 경계를 다시 그었다. Chase%는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높지만, 1년 전의 무차별적인 스윙과는 다른 형태다. 그리고 그 차이가 4.5%였던 볼넷 비율을 두 자릿수로 올리고, 동시에 40홈런을 바라보는 공격력을 가능하게 했다.

9월 3일의 홈런은 그래서 ‘나쁜 공도 치면 된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정말 특별한 타자는 아무 공이나 치는 타자가 아니라, 남들에게는 나쁜 공인 것 가운데 자기에게만 좋은 공을 알아보는 타자다.

피트 크로-암스트롱의 2026년은 스트라이크존을 파괴한 시즌이 아니다. 자기만의 스트라이크존을 처음 제대로 그린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