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구 14탈삼진, 페이튼 톨은 정말 보스턴의 새로운 에이스가 될 수 있을까
구속보다 무서운 패스트볼, 그리고 완성되기 시작한 두 번째 무기
14탈삼진. 그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하다. 하지만 8월 7일 펜웨이 파크에서 페이튼 톨이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보여준 투구에서 정말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따로 있다. 84구다.
톨은 단 84개의 공으로 6이닝을 소화하면서 14개의 삼진을 잡았다. 안타는 두 개뿐이었고 볼넷은 하나도 없었다. 보스턴은 13-1로 승리했고, 톨은 18개의 아웃카운트 가운데 무려 14개를 자신의 힘으로 삼진 처리했다.
보스턴 투수가 한 경기에서 14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9년 크리스 세일의 17탈삼진 경기 이후 처음이다. 23세 이하 보스턴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1986년 로저 클레멘스의 20탈삼진 경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고 톨을 벌써 클레멘스나 세일과 같은 선상에 놓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질문은 이 경기가 젊은 투수가 우연히 만들어낸 커리어 게임인지, 아니면 보스턴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에 놓을 수 있는 투수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경기인지다.
삼진을 많이 잡는 투수에게 흔히 따라붙는 문제가 있다. 투구 수다. 타자 한 명을 삼진으로 잡으려면 최소 세 개의 스트라이크가 필요하다. 그래서 탈삼진형 투수는 압도적인 구위를 가지고도 5이닝에 100구 가까이 던지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런데 톨은 6이닝 동안 84구를 던졌고 볼넷은 없었다. 타자를 압도하면서도 불필요한 공을 거의 던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톨은 전형적인 100마일 파이어볼러는 아니다. 2026년 그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대략 94마일대다. 하지만 타자들의 반응은 평범하지 않다. 올 시즌 톨의 포심을 상대로 타자들은 2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대타율도 낮다. 포심 헛스윙률도 30%에 가까운 수준이다. 실제로 배트가 공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톨의 독특한 투구 메커니즘에서 찾을 수 있다. 톨은 6피트 6인치의 큰 체격을 가진 좌완이고, 대학 시절부터 평균 약 7피트 4인치에 달하는 익스텐션으로 유명했다. 투수가 공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더 가까운 위치에서 놓으면 타자가 체감하는 반응 시간은 짧아진다. 94~95마일이 실제 숫자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낮은 릴리스 포인트까지 결합되면 타자는 익숙하지 않은 궤적을 상대해야 한다.
애슬레틱스전에서는 평소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 하나가 추가됐다. 실제 구속이다. 톨은 이날 최고 99.5마일을 기록했고 98마일 이상의 공만 14개를 던졌다. 평소에도 독특한 익스텐션 때문에 실제 구속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투수가 진짜로 98~99마일을 던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날 경기의 핵심은 99.5마일 자체보다 커브볼이었다. MLB에서 처음 톨을 평가할 때 가장 큰 의문은 명확했다. 패스트볼은 좋지만 선발투수로 살아남을 만큼 다른 구종도 좋은가였다. 아마추어 시절 톨은 패스트볼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고 일부 스카우트들은 그를 선발보다 멀티이닝 불펜투수에 가까운 자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보스턴은 프로 입단 후 톨에게 패스트볼 사용을 줄이고 변화구를 발전시키도록 요구했다. 2026년 구종 구성은 대략 포심 47%, 싱커 22%, 커터 19%, 커브 8%, 체인지업 3% 수준이다. 더 이상 패스트볼 하나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특히 커브볼의 결과가 인상적이다. 올 시즌 톨의 커브볼은 헛스윙률이 40% 중반에 달하고 타자들의 기대타율 역시 1할 초반에 불과하다. 애슬레틱스전에서 톨은 커브볼을 15개 던졌고 11개가 스트라이크였으며 5개가 삼진을 만들어냈다. 패스트볼을 의식하면 커브에 당하고, 커브를 의식하면 패스트볼에 늦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 경기만 보면 얼마든지 착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시즌 전체를 봐야 한다. 톨은 이번 경기 전까지 2026년 메이저리그에서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101이닝을 던졌고 ERA 3.30을 기록했다. FIP는 2.99, K/9은 9.80, BB/9은 2.58, K-BB%는 19.5%였다. 101이닝 동안 삼진은 110개였다.
특히 볼넷 억제력이 중요하다. 강한 구위를 가진 젊은 좌완에게 가장 흔한 실패 패턴은 제구 불안이다. 삼진은 많이 잡지만 볼넷도 많아 투구 수가 늘어나고 결국 5이닝을 넘기지 못한다. 현재 톨은 그 유형과 거리가 있다. 삼진 능력을 유지하면서 BB/9을 2점대 중반으로 억제하고 있고 애슬레틱스전에서는 아예 볼넷이 없었다.
다만 약점도 분명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싱커다. 포심과 커브, 커터는 상당히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지만 2026년 싱커 상대 타율은 3할을 넘고 장타율도 4할 중후반 수준이다. 헛스윙률도 낮다. 톨의 현재 구종 구성 안에서도 타자가 공략할 수 있는 구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커브볼 역시 아직 사용 비율이 10%에 미치지 않는다. 이번 경기처럼 결정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시즌 전체를 통틀어 모든 타자를 상대로 같은 수준의 무기가 됐다고 단정하기에는 표본이 충분하지 않다. 체인지업 사용률도 3% 남짓이다. 장기적으로 리그가 톨을 분석하기 시작하면 세 번째, 네 번째 무기의 완성도가 중요해진다.
이번 경기에서 톨의 공을 받은 포수 제이크 로저스는 타릭 스쿠발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를 곧바로 톨과 스쿠발을 동급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중요한 것은 비교가 나온 이유다. 강한 패스트볼, 좌완, 결정구,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타자를 공격하는 능력이 동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톨이 2024년 드래프트에서 보스턴의 2라운드 전체 50순위 지명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25년 마이너리그에서는 91과 3분의 2이닝 동안 K/9 13.06을 기록했고, 하이A에서 시작해 더블A와 트리플A를 거쳐 빠르게 메이저리그에 도달했다. 2024년 여름 드래프트, 2025년 마이너리그, 2026년 메이저리그 선발이라는 성장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현재 보스턴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10월 야구에서 중요한 질문은 결국 누가 선발로 나갈 것인가다. 단기전에서는 평균적인 선발 다섯 명보다 상대 타선을 압도할 수 있는 투수 두세 명의 가치가 훨씬 커진다. 8월 7일의 톨은 바로 그런 투수의 모습을 보여줬다.
6이닝, 2피안타, 무볼넷, 14탈삼진, 84구, 최고 99.5마일.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보면 좋은 경기다. 하지만 모든 숫자가 동시에 나타나면 의미가 달라진다. 구위와 제구, 효율성과 결정구가 한 경기 안에서 동시에 완성됐기 때문이다.
페이튼 톨을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 최고의 좌완들과 같은 위치에 놓는 것은 과하다. 싱커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고 체인지업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커브볼의 위력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제 톨을 단순히 좋은 패스트볼을 가진 젊은 좌완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패스트볼은 이미 메이저리그 타자를 이길 수 있다. 커터도 경쟁력이 있다. 커브볼은 결정구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 그래서 8월 7일의 14탈삼진은 단순한 개인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보스턴이 확인한 것은 14개의 삼진이 아니라 자신들이 기다리던 다음 에이스의 설계도가 거의 완성되고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핵심 정리
- 84구로 6이닝 14탈삼진과 무볼넷을 동시에 기록해 압도력과 효율성을 함께 보여줬다
- 포심은 독특한 익스텐션과 릴리스 특성 때문에 평균 구속 이상의 체감 구위를 만든다
- 커브볼이 결정구로 성장하면서 패스트볼 중심 투수에서 선발형 아스널로 진화하고 있다
- 싱커와 체인지업은 여전히 장기적인 에이스 여부를 판단할 핵심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