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지터의 후계자인가
앤서니 볼피의 실패 뒤 등장한 조지 롬바드 주니어는 진짜일까
데릭 지터가 은퇴한 지 12년이 지났다. 그런데 양키스는 아직도 그의 후계자를 찾고 있다.
지터는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사실상 20년 가까이 양키스 유격수의 얼굴이었다. 포스트시즌만 158경기에 출전했고 통산 .308/.374/.465를 기록했다. 양키스라는 팀에서 유격수는 단순한 수비 포지션이 아니라 프랜차이즈의 상징에 가까웠다.
그래서 지터 이후 양키스가 유격수 유망주에게 거는 기대는 언제나 과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앤서니 볼피였다. 뉴저지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부터 양키스 팬이었으며 결국 자신이 바라보던 팀의 유격수가 됐다. 데뷔 첫해부터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고 골드글러브까지 받았다. 서사만 보면 완벽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볼피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약점이 노출된 뒤 공격적으로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다. 장타와 주루, 수비로 가치를 만들었지만 타율과 출루율, 전반적인 공격 생산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2026년 여름 양키스는 그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냈고 동시에 21세의 조지 롬바드 주니어를 불러올렸다.
그리고 롬바드는 데뷔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뉴욕이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한 이유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미 한 번 비슷한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볼피를 완전히 실패한 선수라고 부르는 것은 과하다. 데뷔 첫해 골드글러브를 받았고 유격수 수비를 실제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해냈다. 20홈런-20도루 시즌도 만들었고 월드시리즈 무대도 경험했다. 문제는 기대치였다.
볼피에게 붙은 이름이 너무 컸다. 지터의 후계자. 그 순간부터 볼피는 그냥 좋은 유격수가 아니라 양키스의 다음 프랜차이즈 유격수가 되어야 했다. 타격이 조금만 부진해도 문제가 커졌고 OPS가 떨어지고 출루율이 낮아질수록 수비와 주루로 만든 가치조차 가려졌다. 그래서 볼피의 가장 큰 실패는 어쩌면 선수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양키스와 팬들이 너무 빨리 그를 후계자로 확정해버린 데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롬바드가 나타났다. 롬바드 주니어는 현재 양키스 최고 유망주다. 2023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6순위로 지명됐고 스카우팅 평가는 상당히 균형 잡혀 있다. 특히 수비 평가는 이미 메이저리그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고, 최근에는 파워와 타격 접근법도 함께 좋아지고 있다.
올해 성장도 눈에 띄었다.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한 롬바드는 첫 20경기에서 .312/.400/.571을 기록하며 곧바로 트리플A로 승격됐다. 트리플A에서는 처음에 고전했다. 첫 24경기 슬래시라인은 .204/.364/.280이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온다. 롬바드는 실패하지 않았다. 조정했다.
롬바드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은 수비도 데뷔 홈런도 아니다. 나는 적응력이라고 본다. 양키스는 지난 겨울 롬바드의 타격 자세를 수정했다. 하체와 스탠스, 몸의 사용법을 바꿨고 그 결과 타구 질이 좋아졌다. 시즌 초 더블A에서 바로 성적이 폭발한 것도 이 변화와 연결돼 있다.
트리플A에 올라간 뒤에는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이것도 이상하지 않다. 21세 선수가 한 단계 높은 투수들을 상대하면 약점이 드러나는 것이 정상이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유망주가 진짜 메이저리거가 되는 과정은 항상 비슷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재능으로 버틴다. 그다음 상대가 약점을 찾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인이 다시 조정한다. 여기에서 살아남는 선수가 주전이 된다.
볼피가 가장 힘들어했던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높은 패스트볼과 바깥쪽 변화구로 공격했을 때 그 약점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롬바드가 정말 다른 선수라면 여기에서 차이가 나야 한다.
롬바드는 데뷔전 두 번째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0-2 카운트에서 스위퍼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고 수비에서도 두 차례 더블플레이에 관여했다. 멋진 장면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평가에서는 거의 중요하지 않다.
볼피도 데뷔 첫 시즌 충분히 화려했다. 21홈런, 24도루, 골드글러브. 그런데 몇 년 뒤 그는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그래서 롬바드를 평가할 때 봐야 할 것은 홈런 숫자가 아니다. 존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 삼진과 볼넷의 균형이 어떤가, 수비가 실제로 플러스 수준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 투수들이 롬바드를 분석한 뒤 그가 다시 적응할 수 있는가다.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아이러니하게도 롬바드에게는 볼피보다 좋은 조건이 하나 있다. 당장 양키스의 얼굴이 될 필요가 없다. 양키스에는 애런 저지가 있고 우승을 노리는 베테랑들이 있다. 롬바드는 8번 타순에서 뛰어도 된다. 하루 0안타를 쳐도 된다. 수비 하나만 잘해도 팀에 기여할 수 있다.
볼피가 올라왔을 때는 처음부터 양키스의 미래 유격수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반면 롬바드는 메이저리그를 배우면서 성장할 여지가 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지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유격수가 되는 것이다. 오히려 그 과정이 충분히 길어질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더 큰 선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양키스는 지터 이후 오랫동안 후계자를 찾았다. 하지만 지터 같은 선수는 애초에 쉽게 다시 나오지 않는다. 20년 동안 한 팀에서 뛰고 주장 완장을 차고 월드시리즈를 여러 번 경험하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유격수는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그런데 후계자를 찾겠다고 모든 유격수 유망주에게 지터를 투영하면 문제가 생긴다. 볼피가 그 부담을 받았고 이제 롬바드가 같은 자리에 서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롬바드는 다음 지터인가가 아니라 롬바드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조정에 다시 조정할 수 있는 선수인가를 물어야 한다.
볼피의 흑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은 있다. 롬바드는 아직 21세고 메이저리그 표본은 너무 작다. 마이너에서도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타격 툴 역시 아직 확실한 플러스 툴로 인정받는 단계는 아니다. 그래서 지금 롬바드를 확정적인 스타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빠르다.
다만 볼피와 다른 점도 있다. 수비 기반이 더 안정적으로 평가받고 있고 체격과 파워 성장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몇 년 동안 타격 메커니즘을 수정하며 실제 성적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이런 유형의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현재 성적보다 성장 속도다. 롬바드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부분에서 좋은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데릭 지터가 은퇴한 뒤 양키스는 여러 유격수를 거쳤고 마침내 볼피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뉴욕 출신, 양키스 팬, 자체 육성, 골드글러브, 20홈런-20도루. 모든 조건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유격수가 되는 과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또 한 명의 1라운드 유격수가 나타났다. 조지 롬바드 주니어. 데뷔 홈런도 쳤고 수비도 좋고 유망주 랭킹도 높다. 다시 기대하기에는 충분한 재료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 볼피가 남긴 가장 큰 교훈도 그것이다.
신인의 첫 홈런보다 중요한 것은 첫 슬럼프다. 좋은 수비보다 중요한 것은 공격이 무너졌을 때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리고 유망주 랭킹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약점을 알아낸 뒤 그 약점을 얼마나 빨리 지울 수 있느냐다.
롬바드가 그 과정을 통과한다면 양키스는 마침내 오랫동안 찾던 프랜차이즈 유격수를 얻을 수 있다. 통과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이름이 지터 후계자 후보 목록에 추가될 뿐이다.
그래서 지금 롬바드에게 가장 불필요한 말이 있다. 다음 데릭 지터. 그 말을 붙이는 순간 또 같은 실수를 시작하게 된다.
롬바드가 지터가 될 필요는 없다. 볼피보다 나은 선수가 될 필요조차 없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첫 번째 조지 롬바드가 되는 것. 어쩌면 양키스가 지터가 은퇴한 뒤 12년 동안 배워야 했던 교훈도 바로 그것일지 모른다.
핵심 정리
- 볼피의 실패는 선수 개인의 한계뿐 아니라 너무 빨리 '지터의 후계자'로 확정한 기대의 문제이기도 했다
- 롬바드의 진짜 평가 포인트는 데뷔 홈런보다 존 관리, 수비, 그리고 상대의 조정에 다시 적응하는 능력이다
- 21세 롬바드는 저지 중심의 우승 경쟁 로스터 안에서 볼피보다 부담이 적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다
- 양키스가 필요한 것은 다음 데릭 지터가 아니라 첫 번째 조지 롬바드를 제대로 키우는 일이다